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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댁"과 "분당댁" 그들의 달라진 운명

꿈꾸는 파사오리 2006. 11. 28. 13:42
`일산댁`과 `분당댁` 그들의 달라진 운명 [조인스]
 
일산 마두동에서 49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이미영(가명)씨는 미스코리아 동기 모임에 나가기만 하면 울화통이 터진다. 결혼 전 함께 자취를 하다 결혼 후 분당 서현동으로 거처를 옮긴 미스코리아 동기 김진미(가명)씨와 비교되는 자신의 모습이 싫기 때문이다. 성격과 취향이 비슷해서 유난히 친했던 두 사람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같은 신도시 다른 생활모습

▶미스코리아 동기 모임에서 김씨와 이씨는 매번 비교된다. 나이와 결혼 시기, 전문직 종사자 남편을 둔 점등 비슷한 점이 많아서다. 분당댁과 일산댁이 되기 전 그들은 너무나 닮은 20대 미혼여성이었다. 서울소재 4년제 대학 재학시절 미스코리아 본선에 진출하고 방송진출을 꿈꿨다.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월세를 반씩 내며 함께 자취를 했다. 청담초등학교 길에 있는 미용실에 다니고 그 인근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부모로부터 받는 100여만 원의 생활비와 간간이 방송 관련 아르바이트로 버는 수입으로 남부럽지 않은 미혼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김씨는 변호사인 남편을 만나 분당댁이 됐고 이씨는 방송국 PD인 남편을 만나 일산댁이 됐다. 이제 분당댁은 고소득.여유라는 명사로, 일산댁은 전문직.실속이라는 명사로 미스코리아 동기들 사이에서 평가된다.

▶"강남은 내 마음의 고향과 같다."

고소득, 중년, 20대, 자영업, 여유라는 명사가 잘 어울리는 분당댁
분당에 사는 김씨의 말이다. 그녀는 대부분 하루 일과를 강남에서 보내고 분당에서는 잠만 잔다. 베드타운(bed town)이라는 얘기다. 김씨의 한 달 평균 생활비는 1000여만 원. 자녀의 교육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녀는 "인근에서 이 정도 생활비는 절대 많은 것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주로 삼성플라자와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쇼핑을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200만 원 가량의 명품 핸드백을 사기 위해 브랜드매니저에게 전화해 직접 예약을 하기도 한다. 같은 아파트 주부들과는 분당에 있는 전문음식점에서 만나고 친구들과는 청담동 뒷골목에서 모임을 갖는다. 분당과 강남을 앞마당 드나들듯 하는 것이 그녀의 하루일과다. 아파트 주부들과 점심을 먹을 때는 '청자동'으로 향한다. 청자동은 청담동과 정자동을 합친 말로 분당구 정자동의 주상복합건물 '파라곤'과 '상떼뷰리젠시' 사이 골목을 일컫는다. 커다란 선글라스에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맨 주부들과 노천카페에 앉아 브런치(아침 겸 점심)를 즐긴다. 처음에는 강남으로 출근하는 남편 때문에 강남보다 비교적 싼 분당에 자리를 잡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분당에서는 강남의 문화적 혜택은 그대로 누리면서 공기 좋고 한적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경기도민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마치 서울시민이지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잠만 잔다는 식이다.

▶"일산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한다."

고학력, 신세대, 육아, 전문직, 실속이라는 명사로 대표되는 일산댁
일산에 사는 이씨는 좀처럼 시내에 나올 일이 없다. 각종 모임이나 일처리를 모두 일산에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분당에 사는 김씨가 문화 생활을 위해 강남으로 가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녀는 지하철역 주변 편의시설이 밀집한 중심지역 아파트에 사는 일산 사람들은 웬만한 강북 지역보다는 생활편의나 문화적 혜택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평일에는 주로 초등학생 아들을 학교에 보낸 뒤 호수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문화센터에서 인터넷 강좌를 듣는다. 쇼핑은 주로 기획상품전과 같은 가격파괴형 이벤트 때 그랜드백화점을 이용한다. 이월 상품을 50% 정도 싸게 살 수 있는 일산 장항동의 패션 아웃렛 '라페스타'도 그녀의 단골 명소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각종 모임을 할 때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 고민하기도 한다. 식당은 많지만 대부분 칼국수같은 메뉴가 대부분이고 조용히 않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만한 전문음식점은 부족하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다. 조금 더 나가면 명동이나 종로와 같은 번화가도 있지만 "왠지 강북의 도심이 일산과 가깝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의 일상에 파고든 집값 상승률

'1억2000만 원->8억3500만 원'(일산 강촌마을 S아파트 49평형)

'9000만 원->11억5200만 원' (분당 서현동 S아파트 49평형)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을 참고한 우리나라 대표 신도시 일산과 분당의 최초 아파트 분양 가격과 현재 시세다. 지난 90년대 초 이씨와 김씨가 일산과 분당에서 분양받을 당시만 해도 두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비슷했다. 하지만 2006년11월 현재 두 곳의 아파트 평당 가격은 1.5 배쯤 벌어졌다. 이마저도 최근 운정신도시 분양에 힘입어 일산 지역이 가파른 상승세를 탄 덕이지 이 전에는 두 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일산댁 이씨는 "시세차익을 낼 것도 아닌데 집값 상승률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면서도 "분당에 비해 지난 10여 년간 개선된 게 별로 없어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값 상승 격차가 지역 주민들의 생활 패턴마저 바꿔놓고 있다고 분석한다.

외환위기가 끝나고 아파트값이 재상승하기 시작하던 지난 99년 당시 일산의 아파트 평당가(525만 원)는 분당보다 140만 원쯤 낮았다. 그러나 갈수록 가격 격차가 커졌다. 11월 현재 분당이 1700만 원대를 기록 중이다. 상승률로 치면 160%대다. 일산은 현재 1100만 원으로 7년 동안 100% 가량 올랐지만 운정신도시 건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상승률 50%에 머물러 있었다.

*글 이여영 그림 김회룡

이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