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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없애고 대표팀만 운영하자?

꿈꾸는 파사오리 2006. 12. 13. 13:52
K리그 없애고 대표팀만 운영하자?
[공정위 반론기고] 기업이 잘못 알고 있는 경제상식
축구에서 경쟁이 이뤄져야 관중들은 최고의 경기를 관전할 수 잇다. 시장에서 기업들의 경쟁이 이뤄져야 소비자들은 최고의 만족을 기대할 수 있다.
“K리그 때문에 중요한 국제경기에 국가대표 차출마저 어렵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하려면 K리그를 없애고 우수선수들만 모아 한 팀만 만들어 태릉선수촌에서 끊임없이 합숙훈련을 시켜야 한다.”

이런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면 다들 코웃음을 칠 것이다. 하긴 우리나라 축구는 아주 오래 전에 국가대표팀 위주로 운영된 적이 있었다. 화랑하고 충무였던가? 그때는 프로팀들은 없었고 실업팀 위주였으며, 축구선수들은 이 국가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생각하고 뛰었던 것 같다. 선수 차출에 대한 잡음도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 축구의 국제적 위상은 어떠했던가? 이제는 오늘날 한국 축구 발전의 원동력이 K리그라는 것에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런데 다른 분야에서는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경제,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이런 인식이 없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가상의 'K리그' 기사와 비슷한 내용이 지난 12월8일 한국경제신문에 실렸다. 재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M&A) 시정명령에 대해 ‘줄소송’을 제기하는 등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는 것인데 재계의 불만인 즉 기업의 덩치를 키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공정위의 독과점 판단에 가로막혀 인수합병이 어렵다는 것이다.

경쟁력은 독과점이 아닌 경쟁 자체에서 키워진다

이 기사가 예로 들고 있는 것은 동양제철화학의 미국 콜럼비안케미컬즈(CCC) 인수 건인데 해당 기업인 동양제철화학 관계자는 “콜럼비안케미컬즈코리아(CCK)를 인수한 건 세계 카본블랙 시장에서 불과 5%도 되지 않는 국내 시장의 지배력을 높이려는 게 아니다. CCK와 합병하더라도 아시아 지역에서의 시장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고 했다고 한다.

먼저 위 사건의 사실관계부터 명확히 하도록 하자. 동양제철화학은 미국 콜럼비안케미컬즈(CCC)의 17개 자회사를 인수하는 내용의 기업결합을 시도했고, 공정위는 이 중 국내시장의 독과점화를 초래하는 CCK(CCC의 한국내 자회사)의 인수에 대해서만 시정조치를 부과했을 뿐 나머지 16개 자회사의 인수에는 아무런 제동도 걸지 않았다.

즉 결합 기업이 겨냥하는 시장 중에서 불과 5%도 되지 않는 국내 시장에 대해서만 시정조치를 한 것이다. 다만 카본블랙의 국내 시장을 보면 2001년 이후 수입이 1% 미만이고 수출 비중도 15% 정도에 불과한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사업자간 경쟁도 국내시장에 국한되어 발생하고 있다. 즉 사업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실질적으로 글로벌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쟁당국도 카본블랙 시장을 세계시장으로 확대해서 본 적이 없다. 또한 수급상황, 투자비용, 환경오염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신규기업의 진출 가능성도 높지 않고 주 수요처인 타이어 업체들의 가격교섭력도 높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동양제철화학이 CCK를 인수할 경우 사업자 수가 3개에서 2개로 감소할 뿐 아니라 결합기업의 시장점유율이 64%에 이르게 되어 독과점의 폐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독과점 폐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

국내시장 독과점의 폐해는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려되는 것이 소비자 부담 증가이다. 사업자 수가 감소하면서 카본블랙의 생산량이 줄고 가격이 오를 경우 카본블랙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타이어업체에 타격이 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자동차를 수요하는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시장의 경쟁압력이 줄어들면서 국내 카본블랙업체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마이클 포터가 지적하였듯이 현대 경제에서의 국가 및 기업 경쟁력의 주 원천은 국내시장에서의 경쟁(domestic rivalry)이다.
K리그가 없으면 한국축구의 발전이 있을 수 없듯이 국내시장의 경쟁이 없으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나올 수 없다. 국내 카본블랙업체의 경쟁력 저하는 국내 타이어산업 및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신세계의 월마트코리아 인수 건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에서 공정위는 인천 등 4개 지역의 월마트 지점 4~5개를 매각하라는 시정명령을 부과하였는데, 신세계측은 이에 대해 “전국 할인점이 이미 독과점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기업결합시에만 이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잘못”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기업결합심사는 소비자후생 저해 방지위해 존재

이러한 주장은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제도의 존재의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서 매우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기업결합심사는 기업결합을 통해 인위적으로 독과점을 심화시킴으로써 소비자후생과 효율적 자원배분을 저해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전국 할인점이 이미 과점 상태에 있다면 그나마 현재의 경쟁구도라도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지 현재 과점상태에 있으니까 어떤 행위라도 해도 괜찮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국민경제의 3대 주체가 기업, 소비자 그리고 정부라고 하는 것은 경제원론급 상식이다. 기업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정책은 개개의 기업 뿐 아니라 그 기업의 상대 기업, 그리고 소비자, 나아가서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방향까지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독과점화를 시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이 독과점화되면 만사가 편안해질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 제동을 거는 공정위가 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양제철화학 관계자가 그렇게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도 알만하다.
하지만 타이어업계 관계자들도 공정위 결정이 불만스러울까? 기업들이 공정위의 결정을 기업현실을 모르는 '책상물림'들의 발상이라고 했다는데, 미안하지만 우리의 책상위에는 그 기업말고도 다른 많은 것들이 올라와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공정거래위원회 김준범 기업결합팀장 (jo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