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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 효과’ 확산을 막아라

꿈꾸는 파사오리 2008. 10. 5. 11:50

 
‘베르테르 효과’ 확산을 막아라
유명인들 자살 모방 우려…언론보도 신중해야

» 베르테르 효과
지난달 초 숨진 방송인 안재환씨에 이어 탤런트 최진실씨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자살을 모방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특히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심리적 불안감이 높을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기 연예인들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데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강한 동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성길 연세대 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정신과)는 “좋아하는 유명인이 자신과 비슷한 문제로 갈등하다 목숨을 끊으면 자신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같은 방법을 택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유명인을 모방함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합리화하는 식의 전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정다빈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들이 응급실을 찾는 일이 갑자기 늘어 당황했었다”고 전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도 지난 2일 “자살 사망 통계를 보면, 2005년 이은주, 2007년 유니·정다빈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자살이 급격히 증가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근거 없는 추측이 부풀려지거나, 자살 사건에 대한 보도가 지나치게 확대 재생산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최진실씨의 죽음이 알려지자마자 곧바로 언론사 등에 “자살 보도를 신중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긴급 성명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자살은 전염력이 매우 강하고 주변인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문제”라며 “자살 방법의 지나친 묘사와 추측성 보도 등은 자살을 조장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현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외국에는 자살을 미디어에 보도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학자들이 있다”며 “정확한 원인을 알기 힘든 자살 사건이 언론에 의해 왜곡되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 때문에 2004년 복지부와 자살예방협회,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자살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자정 노력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가이드라인은 자살 방법을 자세히 묘사하거나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자살 동기를 판단·단정하지 말고,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 사건을 다루지 말자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최근엔 당시의 자정 결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안재환씨의 자살 때는 물론 이번 최씨 사건의 경우에도 상당수 언론은 자살의 방식까지 자세하게 묘사해 보도했고, 최씨 사망 다음날인 3일엔 ‘전국에서 최씨의 자살 방식과 똑같은 사례가 2건이 발생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