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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 대장 "산악인들은 영하 40도에도 텐트서 난방·취사 안해"

꿈꾸는 파사오리 2015. 3. 24. 09:59
엄홍길 대장 "산악인들은 영하 40도에도 텐트서 난방·취사 안해"

 

입력 : 2015.03.23 19:05 | 수정 : 2015.03.23 22:27


	16좌 등반을 마친 뒤 네팔에 학교 짓고 산악인 유가족을 돕는 산악인 엄홍길이 2013년 6월 14일 서울 중구 장충동 휴먼재단에서 만나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연정 객원기자
16좌 등반을 마친 뒤 네팔에 학교 짓고 산악인 유가족을 돕는 산악인 엄홍길이 2013년 6월 14일 서울 중구 장충동 휴먼재단에서 만나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연정 객원기자

“산악인들은 영하 40도의 맹추위에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극한 상황에서도 텐트에서 스토브나 버너 같은 온열기구를 켜는 걸 자제합니다. 왜냐구요? 그건 자살행위니까요.”

두 가족의 행복을 앗아간 인천 강화도 캠핑장 화재가 발생한 지난 22일 산악인 엄홍길(55) 대장은 전화통화에서 “결국 우려하던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참사 발생 하루 전인 21일, 인천 강화도 마니산에 다녀왔던 터라 마음이 더 아프다고 했다.

엄 대장은 2~3년 전부터 캠핑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를 “캠핑 문화가 캠핑 시장이 커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캠핑 문화는 첫째도 안전, 둘째·셋째도 안전이었다.

세계최초로 해발 8000m가 넘는 전 세계 산 16곳을 모두 등정한 엄 대장이지만 “동네 뒷산에서 텐트를 칠 때도, 텐트 안에선 ‘자는 것, 밖에서 조리한 음식을 먹는 것, 물 마시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은 하지 않는다”며 “텐트 안에서 난방·취사 도구를 켜는 건 상식 밖”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캠핑장에선 텐트 바닥엔 난방용 전기패널이 깔려있었고, 한쪽 구석엔 냉장고가 있었다. 그는 “히말라야 산맥을 밥 먹듯 오르내리는 전문 산악인들도 아무리 추워도 텐트 안에서 온열기구를 쓰지 않는다”며 “불붙기 쉬운 물건들로 가득 찬 비좁은 공간에선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 대장은 “가족·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캠핑이 즐거우려면 무엇보다 먼저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며 “단기간 내에 팽창하듯 성장한 캠핑 문화가 이제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실천안으로 ‘캠핑장 관리자의 입소 후 오리엔테이션’을 꼽았다. “캠핑장을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캠핑장 측에서 하는 말이라곤 ‘쓰레기 여기다 버리세요’ ‘화장실은 여기, 샤워실은 여기’라는 안내뿐”이라며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소화기는 어디에 있는지 같이 정작 중요한 건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엄 대장은 “정부에서 요란스런 대책보다 캠핑장 안내 기본 수칙 등을 담은 소책자를 만들어 캠핑장에 공급하고, 캠핑장에 입소하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가르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 대장이 말한 방안은 미국과 일본 등 캠핑 선진국에서 이미 하고 있는 방법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