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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넘었더니 또… '두번 죽는' 50대, 10년만에 되돌아 온 저주의 학번

꿈꾸는 파사오리 2008. 12. 11. 05:51

IMF 넘었더니 또… '두번 죽는' 50대

기사입력 2008-12-04 09:42 |최종수정2008-12-09 09:12 기사원문보기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2008 대한민국-위기의 경제, 위기의 세대]]

 

경제위기로 힘들지 않은 세대가 없겠지만 50대는 특히 더 하다. 외환위기로 벼랑 끝에 몰렸다 이번 경제위기로 완전히 나락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금의 50대는 외환위기 때 40대의 나이에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무더기로 직장에서 내쫓긴 '실직 가장' 대부분이 현재의 50대다. 갑자기 거리로 내몰린 당시의 40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별로 없었다. 당시 유행이었던 '귀농' 행렬에 합류해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생계를 위해 자영업 전선으로 뛰어드는게 고작이었다.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귀농'은 실패로 결론 났다. 귀농학교가 우후죽순 생기고 그 와중에 극소수 '스타' 귀농자가 탄생하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서툰 농사일과 씨름하다 낫과 곡괭이를 놓아야 했다. 야반도주식으로 농촌을 떠나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으로 전락한 사람들이 태반이다.

 

 중견기업 부장 출신으로 귀농했다 실패한 뒤 현재 서울 모 지하철 공사장에서 잡부 일을 하고 있는 강모씨(55)도 그런 사례다. 그는 보증금 없는 월세 20만원짜리 쪽방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며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강씨는 "번듯하게 대학 나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는데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직장에서 쫓겨날 때만 해도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이 탓인지 솔직히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로 직장에서 내쫓겨 울며 겨자먹기로 자영업자로 변신한 50대들도 고사 직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776만7000명이나 된다. 전체 취업자의 33.5%나 된다. 3명 중 1명은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영업종 중에서도 외환위기 때 퇴직한 40대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좁았다. 전문지식이 없다보니 '만만한'게 음식점이었다. 길거리마다 음식점이 빼곡하니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1377만원에 불과하다. 임금근로자 1인소득(2570만원)의 53.6%에 그친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올해는 이보다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만해도 자영업자 소득은 임금근로자의 80.1%에 달했다.

 외환위기보다 혹독할 수 있다는 경제위기가 휘몰아치면서 자영업자는 더욱 궁지로 몰리고 있다. 내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자영업 구조상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임대료조차 못 내는 상점이 수두룩하다. 상당수는 이미 문을 닫았고 나머지도 대부분은 폐업 위기에 처해 있다. 자영업 시장에서마저 탈락한 이들이 갈 곳은 '극빈층'으로의 전락 뿐이다.

 외환위기 직후 명예퇴직 수당을 포함한 퇴직금에다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얻어 서울 잠실에 30평 규모의 호프집을 얻어 운영했던 윤모씨(56)도 결국 문을 닫았다. 윤씨는 현재 이삿짐센터에서 짐 나르는 일을 하고 있다.

 윤씨는 "재료비와 임대료는 오르는데 손님은 갈수록 줄어 하면 할수록 적자였다"며 "생각해보니 자영업 하면서 허울 좋은 사장님 소리 듣는 것 밖에 남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지원 대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자영업자에게 직업 훈련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대낮에 훈련을 받기는 힘든 노릇이다.

 대부분 취업 적령기의 자녀를 두고 있는 50대들은 자식 문제도 큰 고민이다. 경기 악화로 민간 기업은 물론이고 공기업마저 취업문이 사실상 닫히면서 '청년 백수' 자식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의 파고에 휩쓸려 '패잔병' 처럼 정든 직장을 떠나야 했고 지금은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태풍을 맞아 '제2의 인생'마저 파탄 직전에 있는 우울한 아버지. 한때 '산업역군 '이란 칭호 속에서 대한민국을 지탱했던 50대의 자화상이다. 그들의 시련은 바로 '시대의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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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자체가 없어 취직 못해
-대학원 진학·졸업 늦추기도
-입사해도 비정규직 불안한 미래

#02학번으로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 졸업반인 김상중씨(25·가명)는 요즘 불면의 연속이다. 취업시즌이 마감되고 있지만 도무지 앞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선배들 말로는 자신의 스펙(학점·토익점수 등 구직자들의 외적 조건) 정도면 작년만해도 1~2군데는 붙을 수 있다고 했는데, 벌써 7군데나 떨어졌다.

경제가 악화되면서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안좋아진다고 해서 지방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신을 불러주는 회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회 새내기가 되는 것이 대학 새내기 되는 것보다 어려운 현실이 실감난다.

#서울 모여대에 다니는 04학번 신지은씨(23·여)는 최근 내키지 않는 대학원 진학 준비를 시작했다. 당초 대학원은 생각하지 않았지만 가고 싶은 회사가 사람을 뽑지 않아서 방향을 틀었다. 대학원 학비 부담이 만만찮고 취업난으로 대학원을 준비하는 얘들도 많아져 그마저도 쉬울 것 같지 않아 고민이다.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2008년, 대학가는 흉흉하다. 대학 졸업을 앞둔 02~04학번들은 '절망'이란 단어를 실감하면서 공유하고 있다. 능력이 부족해서 못 가는 것이 아니라 갈 곳 자체가 없어서 고민은 더욱 커진다.

취업재수를 한다고 해도 나아질 조짐도 없다. ‘마이너스 성장’, ‘구조조정’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벌써 대학가에는 ‘올해가 마지막 취직 기회’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대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직장으로 꼽히는 공기업은 이미 채용규모를 대폭 줄였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한국전력과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 30개 주요공기업의 올해 신규 채용인원은 946명으로 지난해 2839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 공무원 정원을 동결키로 했고 공기업 역시 신규채용을 큰 폭으로 늘리긴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공공기관에 요구한 경영효율화는 인건비 축소, 신규채용 축소 등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하락하면서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민간 기업의 취업사정도 역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상반기에는 그나마 신규채용이 있었지만 하반기 들어 채용규모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취업포탈 인크루트가 상장사 482개사의 4년제 대졸 신입정규직 채용현화을 조사한 결과, 신규채용 규모는 3만925명으로 작년보다 3.8% 줄었다.

모 기업 인사담당자는 "구조조정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채용 인원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며 "신규채용을 해도 구조조정되는 사람들을 채우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의 벽에 부딪힌 취업준비생들은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비상 대책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보고 있지만 '내 일'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나 멀다. 그동안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6개 부처가 두 차례에 걸쳐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보고한 일자리 창출 대책과 앞으로 추진될 대책까지 포함하면 내년 정부발 일자리수는 16만개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에 따른 건설 일용직과 일시적인 사회적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건설 일용직을 하려고 한해 몇 백만원을 내고 대학을 졸업한 것이 아니다", "우리같은 청년들에게는 있으나 마나한 대책"이라는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조건이 좋은' 일자리 취업 문이 사실상 막히면서 청년 실업자들을 반기는 곳은 비정규직 자리 뿐이다.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불안한 '미래'를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져 취직하지 않고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경우 100만명이 넘는 청년 실업자들의 `퇴로`는 비정규직 밖에 없다.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의 격랑속에 취업시장이 사라지면서 입사를 포기해야 했던 1990년대 초반 학번을 '저주받은 학번'이라고 불렀다. '밀레니엄 학번'이란 희망을 안고 대학에 들어온 2000년대 초반 학번에게 '저주받은 학번'의 공포는 다시 한 번 엄습하고 있다. 당사자들에게는 끔찍한 역사의 반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