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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개방 반대보다 양극화 대책을 함께 모색하자

꿈꾸는 파사오리 2007. 4. 17. 21:40

한미FTA를 반대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제안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비서관 김성환

 

한미FTA 협상이 타결된 이후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이 붙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경제의 6.29선언’이라고 극찬하는 반면, 민노당을 비롯한 일부 진보진영은 참여정부가 출범 당시의 정체성을 잃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한다고 비판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더 나아가, 일부 언론은 ‘참여정부와 한나라당이 한미FTA를 매개로 대연정을 한다’고 해석하는가 하면, 참여정부의 노선이 ‘신진보’인지 ‘신보수’인지 명확히 하라는 주문도 나옵니다.

 

우선, 참여정부는 정체성과 노선을 수정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줄기차게 참여정부를 ‘좌파’와 ‘무능’으로 매도하던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는 접어두더라도, 일부 진보진영에서 참여정부의 한미 FTA 추진을 곧 신자유주의라 부르는 것이 타당한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개방정책이 곧 신자유주의인가?

 

범국본 등 한미 FTA 반대 진영의 담론적 차원의 핵심논리는, 한미 FTA가 신자유주의에 기초하고 있어 결국 양극화가 확대되고 국민의 삶이 피폐해진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개방이 곧 신자유주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개방이 양극화를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경제 개방도가 높으면서도 양극화가 확대되지 않는 나라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스웨덴, 스위스 등이 대표적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개방 그 자체로 신자유주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신자유주의냐 아니냐의 여부는 정부와 시장의 역할, 소득분배 시스템, 복지와 삶의 질에 대한 투자 정도, 노동의 유연성과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타율적 개방의 경험으로 한미FTA를 반대해서는 미래가 없다

 

한미 FTA가 실행되면 분명 득실에 따른 명암이 있습니다. 따라서 축산농가 등 피해를 입는 계층이 반대의사를 표출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과정을 통해 보상과 경쟁력 강화 대책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문제는 일부 집단이 WTO가입과 IMF위기 당시 겪었던 타율적 개방만을 예로 들면서 극단적 불안감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90년대 유통업 개방 과정에서 나타난 월마트와 토종할인점, 그리고 재래시장의 관계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개방에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할인점과 재래시장·자영업자의 경우를 듭니다. 유통시장 개방이래 대형할인점이 급증하여 재래시장 상인이나 영세 자영업이 몰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개방 찬성 진영에서는 같은 사안을 놓고 외국의 대형 할인점인 월마트와 토종 할인점의 사례를 듭니다. 96년 개방 이후 월마트와 까르푸 등 세계적 유통회사들과 경쟁하여 결국 토종 할인점이 승리했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편익이 높아 졌다는 것입니다.

 

강조점이 다를 뿐이지, 두 가지 주장은 모두 맞는 면이 있습니다. 과거 정부의 유통시장 개방정책과 함께 할인점·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업태가 발달되어 경제의 효율성과 소비자 후생이 높아진 면도 있지만, 전통적 업태인 재래시장에 어려움이 생긴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현실이 이렇다면 진보진영의 합리적 선택은 무엇입니까? 재래시장이 어려워질 것이 예상되니까 유통시장 개방을 막고 새로운 업태에 대한 규제를 계속 했어야 합니까? 만약 그렇게 했다면, 오늘날 국내 유통산업의 경쟁력과 소비자의 편익은 없었을 것입니다.

 

유통시장의 개방과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가지고 재래시장의 경쟁력과 복지 및 직업재훈련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진보 진영이 선택할 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극단적 이분법으로는 세상을 올바로 해석할 수 없다

 

얼마전 대통령이 개방에 대해 진보진영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을 때, 한미 FTA를 반대하는 한 인사는 대통령의 유연한 진보 노선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진보진영은 한미 FTA에 반대하고 재분배 정책에 찬성해야 정상이고, 보수 진영이라면 당연히 한미 FTA에 찬성하고 재분배 정책에 반대해야 하며, 그 사이에 중도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입니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 이분법이 20세기 국민국가 중심시대의 문제해결 방식에는 적합할지 모르겠으나, 21세기 국가의 역할이 변화하는 세계화시대의 상황에서는 세상의 분석틀로서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위험사회론’으로 유명한 울리히 벡이나 ‘제3의 길’의 기든스 등 유럽의 진보적 사회학자들도 이미 개방과 세계화의 추세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것은 교조적인 진보주의에 불과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책 속의 이분법이 아니라 한미 FTA도 찬성하고 재분배정책에도 찬성하는 ‘생산적 선택’이 필요합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도, 반세계화도 아닌 ‘개방형 복지국가’의 길

 

대통령은 2006년 신년연설에서 동반성장을 통한 양극화 극복과 한미 FTA 추진을 동시에 제안했고, 같은 해 8월 ‘함께가는 희망 한국 - 비전 2030’을 선보였습니다.

 

개방과 혁신을 통해 경제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되, OECD 최하위 수준인 사회 복지도 중기적으로 미·일, 장기적으로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 올리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개방형 복지국가’의 길을 우리의 대안으로 제안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이 제안에 대해 보수언론은 ‘세금폭탄’으로 매도하며 논의의 확산을 막았고, 진보진영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당시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개방에 반대만 말고 양극화 극복 위해 함께 노력하자

 

한미 FTA를 반대하는 분들에게 제안합니다.

 

한미 FTA 협상에 혹시 문제점이 없는지에 대해서는 더욱 날카롭게 따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극단적 이분법과 양극화 우려만을 내세워 개방에 반대하기보다는, 농업 등 피해예상분야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10년전 상황을 돌이켜보면, IMF 측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에 따른 국내의 양극화 대책을 충분히 세우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차제에는, 지난 10년전 IMF라는 타율적 개방과 세계화의 진전 등으로 나타났던 양극화 문제 극복의 대안도 함께 마련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은 70년대 수출주도 불균형 발전전략을 채택한 이래, ‘개방을 통한 번영과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을 추진하는 중대한 전환기에 놓여 있습니다. 개방에 대한 대결적·소모적 논쟁보다는 누적된 양극화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지혜를 발휘해 줄 것을 진보진영에 제안합니다. 프랑스의 자크 아탈리가 예측한대로, 18년 후 세계 11대 강국, 아시아 최대 강국을 우리 손으로 현실화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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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청와대 블로그
글쓴이 : 청와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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