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진요 사건에 대한 소고(小考)
지난주 금요일 퇴근길에 라디오를 통해 씁쓸한 뉴스를 접했습니다. 힙합 가수로 활동 중인 타블로의 학력시비에 대한 경찰의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는데, 그가 미국 스탠퍼드 대학졸업은 진실이며, 미국 현지를 방문하여 학교 관계자 등을 만나 사실여부를 확인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체불명의 50대 남성이 운영하는『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인터넷 카페에는 18만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하여 학력의심인물로 네티즌간의 진실공방과 온갖 악플성 댓글이 난무했다고 합니다. 타블로는 미국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에서 영문학을 전공, 3년만에 조기졸업 한 젊은이였으니 일부에서는 의혹의 눈초리로 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배경에는 그가 TV 인기프로에 출연하여 “시(詩)와 에세이로 스탠퍼드와 하버드 대학에 동시 합격했다.”고 했던 말이 자랑으로 비쳐졌거나 병역 면제에다 캐나다 국적이니 비방의 표적이 될 소지가 다분히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땅의 많은 SAT(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와 토플에 목매어 있는 젊은이들과 기러기 부모들에게 상대적으로 화나게 하는 불씨(?)는 제공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인터넷 온라인은 특성상 접속자의 익명성과 빠른 확산성 등 문제점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무차별, 아니면 말고 식의 네티즌의 공격입니다. 이번 타진요의 카페에선 “성적표를 공개하라” “출입국 기록 내놓아라.”고 윽박질렀고, 해명 자료를 내놓으면 또 다른 흠집을 잡아내고,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분위기가 지배했다고 합니다. 모 방송국과 경찰이 미국까지 가서 졸업증명서를 확인해야 하는 현실이니 우리가 얼마나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런 현실을 개탄스러워 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임에 아무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많은 시간을 컴퓨터와 함께 합니다.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정착을 위하여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남을 칭찬하고 배려하는 문화의 정착입니다. 남이 잘되면 칭찬하고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남이 잘되면 은근히 배 아파하는 속성이 잠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때 누구에 의하여 어떻게 유래되었는지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과 최근에는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까지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남의 좋은 일에 함께 축하해주고 상생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남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긍정적인 측면의 인성교육이 필요합니다. 법률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었다 하더라도 온-라인상의 악의적 비방은 분명 개선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우리는 평생 좋은 말, 긍정적인 말만 하고 살아도 돌이켜 보면, 아쉬움과 후회스러운 것이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남의 사생활에 지나친 관심을 지양해야 합니다. 인터넷 악성댓글로 인해 그 동안 자살에 이르는 많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우리사회는 타인의 삶, 특히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들의 사소한 말 한마디나 사생활에 대한 지나침 관심을 갖고 인터넷 매체에 보도하여 득보다 실을 좌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알권리를 무시하거나 거짓과 잘못을 눈 감아 주고 옹호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힙합가수의 본질은 노래와 춤으로 승부하는 것인데, 명문 대학을 졸업여부와 직접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자신의 앞 가름하기에 바쁘고 분주한 것이 현대인들의 생활일진데, 남에 일에 지나친 관섭과 불필요한 참견도 고쳐 나가야 할 풍조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글은 말보다 더 신중해야 합니다. 한번 뱉어 버린 말 한마디도 다시 주어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지만, 휘발성이 없는 글은 더 신중해야 합니다, 특히 인터넷상의 글들은 쉽게 복제되어 언제 어느 누구에게 어떻게 확산·전파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무심코 남을 깎아 내리거나 비방성 모함하려는 목적의 댓글이나 책임질 수 없는 글은 남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학교 관계자는 “한국 네티즌들은 세계시민이 되는데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일본의 유력일간지에서는 “한국 네티즌은 정체불명의 괴물과 같다.”라고 비아냥하였으니 나라 망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수사를 담당했던 모 수사관은 “요즘 인터넷 소송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고 했다. “수사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합니다. 강도나 살인자를 쫓아야 할 수사당국이 혈세로 미국까지 건너가 대학 졸업증명서나 떼는 게 제대로 된 나라입니까?”라고 말한 내용의 보도를 접하고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힙합(hiphop) : 뉴욕의 흑인 소년이나 푸에르토리코 젊은이들이 1980년대에 시작한 새로운 감각의 음악이나 춤.
'즐거운 인생 > 신변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수요아침편지65) 발효식품 (0) | 2010.10.27 |
|---|---|
| (수요아침편지64) 칠레 매몰 광부들의 인간승리 (0) | 2010.10.20 |
| (수요아침편지62) 맥아더장군과 자녀를 위한 기도 (0) | 2010.10.06 |
| (수요아침편지60)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0) | 2010.09.15 |
| (수요아침편지59) 스펙쌓기 (0) | 2010.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