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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아침편지59) 스펙쌓기

꿈꾸는 파사오리 2010. 9. 8. 09:04

스펙 쌓기

 

최근 들어 동네 아파트 놀이터에 아이들이 활기차게 뛰어 노는 모습을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 도회지의 일반적인 풍경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유치원 때부터 우리 아이들이 피아노, 바이올린 등 악기 레슨과 검도, 태권도 등 운동에 외국어 공부 등을 위해 학원을 바쁘게 찾아다니느라 놀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원인이 클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는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해 보니 『스펙』은 “영어단어 Specification의 준말로 2004년부터 국립국어원 신조어로 등록되었으며, 구직자들 사이에서 학력과 학점, 토익 점수 외 영어 자격증, 그 외에 관련 자격증들을 총칭한다.”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의 타고난 재능을 조기에 발견하여 개발시키는 것을 뭐라 할 수 없지만, 부모의 지나친 욕심으로 인하여 하루 종일 피곤에 지쳐 있는 아이들을 보면 왠지 안타까움이 앞서게 됩니다. 더욱이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이런 스펙 쌓기에 더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합니다.

2009년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지만, 대졸자의 고용률은 50% 수준에 머문다고 합니다. 인격 형성이나 진정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실력을 쌓을 여유도 없이 불안한 마음에 스펙만 쫓아다닌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스펙 쌓기 열풍은 소위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대학생들의 다양한 `스펙 업` 활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는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에게도 이어지고 있어 사교육비 부담을 과중시키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입니다.

 

물론 스펙을 쌓는 일은 자신의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으로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대자연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며, 올바른 인성교육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워야 할 시기를 놓쳐 버린다면 결코 자녀들에게도 좋은 교육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생들이 진리를 좇고 자신의 지식을 쌓아 자아를 발견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목표를 두지 않고 자신을 멋들어지게 포장하는 일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스펙의 명분으로 포장 쌓는 데는 그 방법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 얼마전 TV뉴스를 시청한 바 있습니다. 외국어 점수, 각종 자격증, 인턴 경력, 사회 봉사활동, 어학연수, 외모 성형 등 스펙 6종 세트를 갖추기 위해 봉사에 참여하지 않은 채, 확인도장이나 받고, 돈으로 자격증을 사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외국어 자격증, 사회 봉사활동, 체력단련 등이 목적이어야지 수단이 돼서는 본질이 왜곡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실력은 없으면서 요령과 실속 없는 과대 포장만 남는 것은 자격증만 있고, 문제해결 능력은 부족한 인재를 키우는 꼴이 되어 국가의 먼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자기계발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개성과 전문성을 살린 창의적인 스펙을 쌓아야 할 것입니다. 속은 싸구려이면서 겉만 번지르르한 도금 제품이 아니라 겉은 투박하지만 갈고 닦을수록 빛이 나는 원석을 닮고자 하는 올바른 가치체계(Value System)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공무원사회에서도 승진이나 보직관리 등 인사운영을 위해 경력과 근무평정을 바탕으로 자격증 취득과 각종 포상 등을 종합하여 평가하고 있습니다. 남들과 차별화된 실적을 쌓는 것은 분명 개개인의 소중한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관리자의 입장에서 보면 평가의 좋은 측정 기준으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 조직에서도 과거 혁신마일리지 등을 포함하여 최근에는 성과관리 점수 등이 승진과 보직관리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의 경우 업무에는 관심 없이 이런 것들에만 열심히 매달리는 직원들도 간혹 볼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스펙이 그 사람의 업무수행 능력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문제점을 통해 옥석을 잘 가려내는 합리적인 인사시스템이 정착돼야 하지 않을까 기우(杞憂)를 하게 됩니다.

 

오늘이 24절기 가운데 본격적인 가을에 접어드는 백로(白露)입니다. 이 가을에 자신의 삶에 진정 필요한 스펙 한 가지라도 벽돌을 쌓듯 차근차근 쌓아 가는 결실의 계절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