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작은 흔적들/즐거운 일터에서

서해 페리호사건에 대한 기억(어느 직장 선배님의 글)

꿈꾸는 파사오리 2012. 11. 23. 10:37

이 글은 1993년 10월 10일, 서해안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사건의 실화이며, 그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신 직장 선배님(필명: 은정이 아빠)께서 당시의 생사의 기로에서 격었던 상황을 인트라넷에 남긴 글로써 , 최근에 우연히 접하게 되어 옮겼습니다. 

선배님의 건강과 사업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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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페리호 사건에 대한 기억

 

날이 언제였나.

 

벌써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이 날만 되면, 그때 생각이 난다.

 

아이스박스를 끌어 안고 파도 속에 떠 있던 생각  

이제는 너무 오래된 노래처럼 익숙해져서인지 담담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 날 위도에서 격포로 돌아오던 배에는 사람과 낚시도구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배는 군함처럼 생긴 배였는데 기록을 보면 110톤급이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모두 13명이었다.

국장, 과장 4, 변호사 2, 사무관 5 그리고 나머지 1. 나는 나머지에 해당된다.

 

국정감사를 마치고 난 뒤 치뤄지는 위로 겸 바다낚시 행사였다.

93년 10월 9일 토요일 저녁 ‘만남의 광장’에 일행들이 모두 모였다. 

 

나는 그때까지 낚싯대 한번 잡아 본 적이 없었다.

그래 낚시 도구도 못 구하고 럭비공만한 아이스 주머니 하나 달랑 들고 가니

모두들 배를 잡고 웃는다.

 

 

격포

 

버스는 격포를 향해 어둠을 뚫고 고속도로를, 지방도로를 달린다.

캄캄한 밤에 상향등을 켜고 좁다란 시골 뚝방길을 무서운 속도로 질주한다.

 

비포장도로를 덜거덩 거리며 달릴 때는

‘끽끽’거리는 의자 소리와 고물버스 엔진의 가래 끓는 것 같은 거친 숨 소리가

아주 기분 나쁘게 들렸다.

 

이것이 앞으로 있을 사고를 예고하는 것이었을까?

그러나 한 치 앞도 못보는 인간들이 앞으로 일어날 그런 일을 누가 생각하랴?

사람들은 흔들리는 차 안에서 의자에 기대어 눈을 붙이고 있었다.

 

드디어 격포에 도착하였다. 별 빛 하나 없는 깜깜한 밤이다.

다들 새벽 찬 공기에 몸을 움츠렸다.

 

조금 있으니 먼동이 붉게 터온다.  

그리고 무대 장막이 열리듯 서서히 희뿌연 빛이 사방에 퍼지니

어디선가 수 십척의 낚싯배들이 좁은 항구에 불나방처럼 몰려 들고,

어둠 속에 숨어있던 낚시꾼들이 유령처럼 무리져 나타난다.

 

낚시가게 주인이 몰려든 배들 중에 우리가 타고 가기로한 배 2척을 찾아 냈다.

그런데 낚싯배 하나가 너무 파도가 심해 못가겠다고 한다.

 

가게주인이 잽싸게 붙들고 뒤로 돌더니 ‘가겠다’는 답을 얻어 냈다.

우리는 작은 배 2척에 나누어 탔다.

 

 

위도

 

나는 ‘바다’라는데를 평생 처음 나와 봤다.

강에서 유람선 배는 몇 번 타 봤지만, 바다에 배를 타고 나와 보기는 처음이다.

당시 기상은 북서풍이 초당 10~14m로 불고, 파고는 2~3m 였다.

이것은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안 것이다.

 

우리를 실은 낚싯배는 둔탁한 엔진소리를 내며 먼동이 트는 바다로 나섰다.

파도는 너무나 끔찍했다.

 

배는 맹렬한 엔진소리를 내며 끝없이 달려드는 파도를 향해 곧장 달려 들었다.

 

가끔 시동이 꺼지면 선장이 발로 엔진 모터를 힘껏 밟으니 다시 앞으로 나아 간다.

참으로 발 힘이 대단하다.

 

나는 배 뒤켠에 자리잡고, 밧줄을 묶은 기둥을 꼭 끌어 안았다.

뱃머리에 부닥쳐 갈라지는 파도에서 튀는 바닷물로 얼굴이 흠뻑 젖었다.

 

다른 사람들을 둘러 보니 모두들 얼굴이 창백하다.

모두들 굳은 얼굴로 말없이 난간을 붙들고 있었다.  

배는 물살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위도가 가까워 지면서 커다란 파도 사이로

조그만 갯바위에 몸을 묶고 낚시하는 모습이 보였다.

 

세상에! 우리도 저렇게 하려는 건가하는 생각이 스쳐 갔다.  

그리고 섬에 도착했다.

 

섬에는 국장님이 먼저 와 계셨다.

낚시가게 주인에게 이런 파도 속에 무리해서 왔다고 화를 내신다.

 

국장님이 화를 내시는 걸 처음 봤다.

주인은 연방 고개를 굽신거린다.

 

일행 모두 너나할 것 없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바라만 보고 있다. 

그때 멀리 군함 같은 철갑선이 정박해 있는 것이 보인다.

 

국장님이 당장 저 배로 돌아 가자고 한다.

주인은 저 배는 다른 섬들을 돌고 오니 그때까지 식사를 하시라고 권한다.

 

그래 우리는 짐들을 챙겨 근처 횟집에 들어 섰다. 

다들 말이 없다.

 

소주 잔이 한잔 씩 돌아 화기가 도니, 조심스레 말 문을 열렸다.

그래도 모처럼 만든 계획이니 육지에 가서 다른 행사를 하자고 한다.

 

동의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들 말이 없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몇 사람이 집에 가져 가겠다고 광어를 산다.

 

몇은 일회용 카메라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잠시 화면이 멈춘 것 같은 평화스러운 시간이었다.

 

 

운명

 

곧 아까 봤던 그 배가 왔다.

정말 늠름하게 보인다.

 

일엽편주를 타고 그 험한 파도 속을 달려온 눈으로,

그 배는 정말 큰 배였다.

 

모두들 짐을 둘러 메고 묵묵히 배로 향했다.

그때 한 줄이 더 생기더니 내 앞을 자르고 들어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은 운명이었다.

 

앞에 먼저 타신 분들은 모두 배 밑으로 들어 가고

뒤에 남겨진 우리 셋은 갑판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갑판 위에는 사람들과 낚시도구, 짐으로 빼곡이 차서 발 디딜틈이 없었다.

기록을 보면 승선정원이 221명이었으나 362명이 탑승하였다.

141명이 초과 승선이었고 수화물을 갑판에 과다하게 실었다.

더욱이 폭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로 여객선이 출항해서는 안되는 날씨였다고 한다.

 

 

다시 격포로

 

배는 방파제를 지나 서서히 바다로 나아갔다.

배가 부두를 떠나는 것을 숨어 지켜보고 있던 파도가

배를 향해 곧바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파도는 배 옆면에 산산히 부서지면서 하얀 물거품을 일궈낸다.

그리고 다시 큰 파도를 모아, 다시 몰려 온다.

머리에 하얀 거품을 이고 끝없이 몰려 온다.

 

배 왼쪽 옆면을 부닥치며 갑판을 타고 오르는 물길에 난간에 기대있던 내 뺨이 젖었다.

같이 있던 일행이 안으로 들어 가자고 한다.

 

우리는 줄줄이 통로에 있는 사람들을 헤집고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를 찾아 나섰다.

앞에 가던 직원 하나가 겨우 안으로 들어 갔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에 막혀 들어 갈 수 없었다.

 

사람들이 말린다.

“안에 들어 가 봐야 자리 없어요.”

 

우리 둘은 다시 돌아 섰다.

아까 자리를 찾아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 섰다.

사람들을 헤집고 우리 자리를 재탈환하는데 경우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거칠게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 보았다.

 

 

침몰

 

그때였다.

윗 층에 있던 사람들이 “사람이 날아 간다아 ~”하는 악 쓰는 소리가 들린다.

 

배가 갑자기 기울기 시작한다.

요란스럽던 엔진소리가 ‘쿵’ 소리를 내고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모든 것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내 주변에, 발 디딜 틈없이 차있던 그 많은 사람들,

산더미 같이 쌓여있던 짐들이 모두 어디로 사라지고,

 

기울어진 갑판 위에는 나 혼자 있었다.

 

귀는 멍하고,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넋을 잃은 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 난거야?

 

파도소리도 안 들린다.

사람들의 찢어 질 듯하던 고함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다들 어디로 갔나.

 

정원 초과에 과다하게 짐을 실은 배가

배 왼쪽 중앙에 심하게 부닥쳐 오는 파도로 더 이상 운항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한

선장이 배를 급격히 돌리려다 삼각 파도를 맞고 엔진이 꺼지면서

복원력을 잃어 버린 것이다.

 

잠시 멍하니 정신을 잃고 있었던 나는

상황을 어슴프레 느끼고 이미 기울어져 가는,

삐걱 거리는 배의 기둥과 벽을 더듬어 밑으로 내려 갔다.

난간에 올라 위층 바닥에 손을 뻗으니 몸이 바로 섰다.

 

 

삶과 죽음의 선택

 

나는 어마어마한 파도를 바라 보았다.

파도는 거칠게 으르렁 거리며 나를 당장이라도 삼킬 듯

혀를 날름 거리며 내려다 보고 있다.

 

심장이 멈춰 버릴 것 같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게 뭐 하는 거냐?

이게 현실인가?

이게 어떻게 된거냐?

내가 왜 여기 서 있나?

 

밑을 내려다 보니, 난간 사이에는 많은 사람들과 짐들이 뒤범벅이 되어 나부러져 있다.

그때 한 사람이 사람들을 제치고 일어 나는데, 바로 나와 같이 있던 일행이다.

나는 손을 뻗어 그가 난간 위로 올라 올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그리고 다시 파도를 바라 보았다.

 

집채만한 파도 꼭대기에 하얀 아이스박스가 보였다.

가슴이 설렜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파도 속으로 몸을 날렸다.

 

아무 생각이 없다.

저걸 잡아야 한다.

저것이 내 생명줄이다.

 

나는 그 파도, 그놈의 몸 한가운데를 뚫고,

그 놈이 머리 위에 이고 있는 아이스박스를 향해 솟아 올랐다.

 

단번에 그 끈을 잡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물 속으로 다시 끌려 들어 가고,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 아이스박스의 몸통을 끌어 안는데 결국 성공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무 생각도 안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그냥 그걸 잡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넘실거리는 파도 위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둘러 보니

사방에 수 많은 시신이 파도와 섞여 넘실거리고 있고,

군데 군데 무언가 붙들고 떠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어슴츠레 보였다.

 

기다란 널판지에 여러 사람들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일회용 카메라가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커다란 배는 이미 옆으로 반듯이 기울어져 반쯤 잠겨 있다.

 

널판지를 붙들고 있던 한 아주머니가 누군가 이름을 부르고 울부짖으며

배로 달려 가려 한다.

어느 남자가 “이미 늦었어요.”하고 악을 쓰며 옆구리를 끌어 안는다.

 

죽은 사람들이 나한테 모여 든다.

하나, 둘 내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나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 말하려 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그 곳은 산자와 죽은 자의 영혼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환한 아침이었는데도 모든 것이 어둡고 슬프게 보였다.

배를 침몰시키고 승리감에 도취한 파도는 덩실덩실 춤을 추고,

패배한 배는 신음 소리를 내며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배에 대한 미련을 버린 ‘살은 자, 죽은 자’ 모두 흩어 졌다.

 

그리고 나는 바다에서 또 혼자가 되었다.

 

파도가 오면 몸이 솟구쳐 오르고 다시 골을 향해 떨어져 내려 간다.

그리고 다시 솟아 올랐다.

나는 사방을 둘러 보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나. 시계를 차고 있으면서도 볼 생각이 없었다.

처와 아이들 생각이 난다.

소리쳐 이름을 불러 보았다.

목소리가 잠겨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소리칠 힘이 없었다.

그래도 이름을 불러 보고 싶었다.

 

지금 이 시간에 우리 식구들은 뭐하고 있을까.

처는 지금쯤 어슬렁 어슬렁 일어나 TV 아침드라마 보고 있을 테고,

어린 정환이는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을테고,

은정이는 배 고프다고 아니면 기저귀 갈아 달라고 울고 있을 것이다.

 

10월 차가운 물 속에서 몸에 감각이 없어져 가는 것 같다.

아이스박스를 잡는 자세가 아무래도 불편하다.

이리저리 자세를 고쳐 잡았다.

 

 

희망

 

얼마나 떠 있었나.

저 멀리서 무언가 보인다.

튜브 모양에 삼각형 깔대기를 씌워 놓은 것 같은 커다란 구명 보트였다.

카페리호에 있던 구명보트들이 풀려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처음 본 나는 그것이 무언 질 몰랐다.

 

모두 4개였다.

그 중 한 놈이 ‘펑, 피시~’ 소리를 내더니 어디론가 쏜살 같이 달아난다.

‘저 놈이 뭔지 모르겠지만 안전한 건 아닌가 보다’ 생각이 들었다.

이 것은 나중에 어느 섬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뒤를 보니, 그런 게 하나 저 멀리 보인다.

그래, 저거라도 잡아야 겠다.

나는 파도를 헤치고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힘을 쓸수록 파도에 떠밀려 더욱 멀어져만 간다.

 

그래 이번에는 힘을 빼고, 파도를 살살 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파도가 나를 보듬어 안아 튜브쪽으로 성큼 성큼 기분 좋게 밀어 주었다.

순식간에 구명튜브에 닿았다.

그리고 튜브 주변의 끈을 잽싸게 손으로 감았다.

 

그런데, 튜브 끈이 무슨 힘이 되나.

파도만 오면 하반신이 그 튜브 밑으로 들락 날락한다.

 

힘이 들었다.

점점 지쳐간다.

 

떠내려 오는 낚시도구 같은 것들을 무어든지 끌어 모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전부 바글 바글 제멋대로 논다.

관리하느라 힘만 들고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다.

모두 돌려 보내고 아이스박스만 다시 끌어 안았다.

 

그때 그 험한 파도 속을 뚫고 헤엄쳐 오는 사람이 있었다.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 파도 속을, ...

 

그가 “살려 주세요”하며 악을 쓴다.

 

나는 품고 있던 아이스박스를 힘껏 밀어 그 사람 앞으로 보냈다.

그가 아이스박스를 잡는 것을 확인하고 힘껏 내 뒤로 당겼다.

그리고 그도 튜브 끈을 잡았다.

조금 있더니 숨이 돌아 왔는지, “아니, 튜브 안 타요?” 한다.

 

비로소 나는 “이게 튜브요?”하며, 잠깐 망설이다 앞으로 가려는데,

글쎄, 이 사람이 아이스박스를 붙들고 놓지를 않는다.

“아이스박스를 줘야 갈거 아니오” 하니

“놔 두고 가면 되지~”한다.

 

이런 기가 막힌 X 이!

 

용기를 내어 아이스박스 끈을 풀어 주고

튜브 끈을 따라 돌기 시작했다.

조금 가니 바로 입구가 있다.

 

튜브 높이가 제법 높았다.

도저히 그 안을 들어 갈 수가 없었다.

겨우 안간 힘을 써 올라 튜브 입구에 오징어 모양 걸쳤다.

더 이상 올라갈 힘이 없다.

 

그 어두운 튜브 안에 사람들이 보였다.

한 사람이 튜브 터진다고 내려 가란다.

그러고 한참을 있으니, 별 수 없이 끌어 올려 준다.

 

안으로 들어 가니 어둠 속에 눈들만 반짝인다.

아니 다들 눈을 감고 있었다.

몇 명이나 되나, 언뜻 열 명 정도되나?

이런 걸 셀 정신도 없다.

 

튜브 바닥에는 이미 물이 많이 차 있었다.

나는 그 물 위에 힘없이 엎어 졌다.

그런데 그 물속에 사람이 있었다.

사람의 얼굴이 있다.

 

그렇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이제 온몸에 공포감이 밀려 왔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딱딱’ 소리를 내며 떨린다.

튜브는 파도가 밀려 올때마다 ‘뻐끄덕 뻑’ 소리를 내며 반쯤 꺾였다 펴졌다 한다.

 

 

구조

 

사람들은 숨도 못 쉬고, 젖은 몸을 웅크린채 떨고 있다.

한 사람이 빨리 구조대가 오지 않는다고 욕설을 퍼붓는다.

다른 사람들도 구시렁 구시렁 한다.

튜브 안은 어둠과 공포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얼마나 됐나.

누군가 악을 쓴다.

“저기 낚싯배가 보인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내가 정신이 없어서 그런건지.

그 멀리 보인다던 배가 순식간에 내 눈 앞에 바로 보였다.

배가 꽁무니로 튜브 쪽을 다가오니 사람들이

“야이 XX야! 튜브 터져~”고 고래고래 악을 쓴다.

 

배가 옆으로 조심스레 돌아 바로 내가 있는 입구로 댔다.

나는 기운이 없어서 가만히 앉아 있으니

그 배에서 손들이 내려와 내 양 겨드랑이를 끼고 번쩍 들어 올린다.

 

배에 올라와 따스한 엔진룸 목재 덮개 위에 엎드리니,

온 세상이 천국 같았다.

 

‘아 따뜻하다!’

 

낚싯배는 주변을 돌려 몇 명을 더 건지더니 포구로 향했다.

위도 모래사장에는 따사한 햇볕이 내리고 있는데,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뜨겁게 달궈진 모래밭 위에 길게 누웠다.

 

‘세상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생존

 

그러나 곧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나하는 걱정에 비실비실 일어 났다.

얼마 안 있어 낚싯배 한 척이 들어오는데 거기에 우리 일행 두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위도 모래사장 위에서 서로 어깨를 잡고,

부둥켜 안고 빙빙 돌았다.

 

너무나 기뻤다.

 

이 사고는 전북 부안군 위도앞 북서쪽 3㎞ 해상에서 발생했으며

승무원 포함 362명중 292명이 돌아 가셨다.

이 날 우리는 13명중 10명이 돌아 가셨다.

사고난 시점은 1993년 10월 10일(일) 아침 10시 10분 쯤이었다.

 

사고로 돌아 가신 분들은 모두 다 좋고, 훌륭하신 분들이었다.

 

* 그때 돌아 가신 모든 분들에 대해 삼가 명복을 빕니다. 살아 있는 그 분들의 가족들도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