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첫날 새벽, 백운산을 오르며
박 상 덕
어제가 그제 같고 그저께가 어제 같은 일상의 연속일 것인데 사람들은 편의상 해(年)와 달(月), 주(週)와 분기(分期) 등을 구분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첫 시작의 의미는 새롭다.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심기일전 마음을 추슬러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반년이 훌쩍 지나고 새로운 반년 하반기를 시작하는 7월의 첫날인 오늘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새롭게 다가 왔다.
새벽 5시반 주말부부로 혼자 기거하고 있는 숙소를 나섰다. 백운산(白雲山) 기슭에 자리 잡은 하늘고등학교 옆 등산로의 가로수에 자전거를 메어 놓고서 한 시간여 동안 쉬지 않고 오르니 정상이다. 이마에 땀방울이 흐르고 온 몸에 땀이 촉촉이 저졌다.
우리나라에 많은 산 가운데 백운산이라는 이름의 산들은 경기도 포천과 전남 광양을 비롯해 여러 곳에 있다. 이곳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도에 있는 백운산은 해발 255m로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섬 가운데 자리 잡아 비슷한 높이의 육지에 있는 산보다 훨씬 높아 보인다.
정상에 오르니 오른쪽에는 신도와 장불도, 강화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왼편으로는 S자 모형의 기다란 인천대교의 건너편에는 송도신도시의 우뚝 솟은 빌딩숲이 아침 해무 속으로 희미하게 보인다. 다리 아래 쪽빛 바다에는 여러 모양의 화물선들이 하얀 포말을 그리며 항해하고 있다.
서쪽방향 정면에는 대한민국 제1관문(關門)인 인천국제공항 부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이른 아침인데도 활주로에는 커다란 비행기들이 긴 여정을 마치고 무사히 안착하거나 부푼 꿈을 싣고서 지구촌 여러 나라를 향해 힘차게 이륙하고 있다.
오랫동안 수도 서울의 관문이었던 김포국제공항이 도심에 자리 잡아 소음과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대체공항으로 여러 곳의 후보지를 물색하던 중 이곳 영종도로 확정한 것이다. 당시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로 불리던 국책사업으로 1992년 11월 첫 삽을 떠 10년 가까이 주변의 크고 작은 섬을 깎아 남과 북측에 방파제를 만들고, 개펄과 염전을 매립하여 공항부지를 조성했다. 염전과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전형적인 섬마을이 동북아 허브(hub)공항으로 변모했으니 상전벽해(桑田碧海)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1천7백만평의 새 땅에는 여의도의 넓이 네 배가 넘는 공항부지가 있고, 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 국제업무지역, 배후물류단지와 공항신도시 주거단지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춰져 있다. 2001년 3월 29일 개항에 맞춰 개통된 영종대교와 서울역에서 이곳까지 공항철도가 운행하고, 2009년 10월에 21Km의 국내 최장의 인천대교가 개통돼 이곳에서 생활하다보면 섬이라는 생각을 간혹 잊어버리게 된다.
개항 14년을 맞은 인천국제공항은 여러 측면에서 업무량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말 기준으로 하루 평균 입국하는 항공기가 400여대 여행자가 6만여명에 이르고, 항공화물도 연간 122만톤, 하루 평균 3천3백여톤이 반입되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인천국제공항의 각종 시설과 여객과 화물의 처리시간 등을 종합 평가하여 10년 연속 세계1위로 평가받는 인프라와 운영체계로서 명실상부한 최고의 국제공항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필자는 개항 1년전인 2000년 1월부터 김포공항을 이곳으로 이전하는 관세청 신공항대책반(Task Force Team)에서 일하였다. 당시에는 연육교 놓기 이전이라 인천 월미도 선착장에서 철선에 승용차를 싣고서 배를 이용해야 했다. 이곳에 오는 도중 배 난간에서 갈매기 떼에게 새우깡 등 과자를 던져주면 이것을 잽싸게 낚아채는 재미에 어느새 구읍뱃터에 도착한다. 다시 비포장도로를 달려서 허허벌판에 세워진 여객터미널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과 면담하여 세관관련 각종 사무실과 시설물을 확인하고 확보하는 업무였다. 시험운영까지 문제없이 작동되고 직원들의 원활한 이전과 즉시 업무에 적응 가능한 매뉴얼을 만들었다. 전례 없이 생소한 업무였기에 힘든 기간이었지만 공직자로서 역사적인 신공항 개항에 일조하였다는 보람을 가졌다. 작년 봄, 14년만에 이곳에 부임하게 되었으니, 필자로서는 큰 감회가 아닐 수 없다.
올 여름은 오랜 가뭄과 메르스 여파로 모두가 힘들어 한다. 메르스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하루 속히 종식되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엇 그제 내린 소낙비 탓인지 오늘 아침 햇살은 유난히 맑고 공기도 신선하다.
상쾌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 마시며, 정상에서 휴대전화기로 몇 장 인증 샷을 한 후, 나와 관계하는 친구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세요!” 라는 멘트와 함께 카카오 톡과 밴드에 올렸다. SNS를 통하여 시공을 초월하여 실시간으로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출근을 위해서 서둘러 내려 와야 했다. 산을 내려오면서 지난 반년을 뒤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반년을 구상해 보았다. 나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나의 부족함과 나태함으로 소홀히 한 것은 없었는지, 가족들, 직장, 사회속에 관계하는 사람들에게 부지중에 상처를 주었던 언행은 없었는지를...
한편으로 하반기 6개월 동안 나와 우리 가정에 주실 은혜를 사모하며, 올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의 대차대조표에는 풍성한 은혜의 결산이 있기를 소망해 보았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영국 속담에서 유래했는지 얼리버드(early-bird)란 말이 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건강, 재산, 그리고 지혜를 누릴 수 있다.”고 하였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 날 수 있고, 일찍 일어나면 하루를 남들보다 더 일찍 시작할 수 있다. 분주히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새벽을 깨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벽시간은 자신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그 날의 일들을 차분히 계획하며 해결방안을 미리 구상하면서 지혜를 구할 수 있는 유익함이 있기 때문이다.
운서역으로 오는 길목의 공한지에는 황금빛깔의 금개국이 반발해 있었다. 소피아 로렌이 주연했던 영화 "해바라기"의 장면처럼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이번 상반기에는 베이비 부머 세대들의 영향으로 예년에 비하여 많은 직원들이 퇴직하였다. 7월1일자로 후속 승진자와 전보인사와 신규 임용직원 등이 전입되어 새로운 출발이 시작된다. 모두에게 축복된 만남이 되기를 바라면서, 내실 있고 희망찬 하반기를 시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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