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으로/국제정세,북핵문제

"테러와의 전쟁과 北,美 갈등

꿈꾸는 파사오리 2006. 9. 19. 13:09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미군이 가지고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 하나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한 우리 처지에서, 9·11 테러 5주년에 대한 감회는 착잡하기만 하다. 세계경찰을 자임하고 있는 미국은 9·11 사태가 벌어지자마자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간과 이라크를 목표물로 전쟁을 전격 감행했지만, 4백50만 명의 난민과 18만 명의 죽음을 초래했을 뿐이다.


우리와 적대적 대치를 하고 있는 북한은 이미 미국으로부터 테러국으로 지목되어 있다. 여기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자타가 공인하는 상황이고 최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까지 겹쳐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몇 년 전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했는데 북한을 국가적 차원에서 달러를 위조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미국의 전반적인 대북 대응은 말 그대로 북한이 왜 악의 축인가를 증명해내는 데 맞춰져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를 대비해 미사일 방어(MD) 실험을 한 것 역시 북한이 얼마나 미국에 위협적인 악의 축인가를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효과를 거두었다. 북한은 과거 우리 남한을 궤멸시키려는 국부적 ‘깡패’에서 이제는 유일 초강대국 미국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국제적 ‘깡패’로 둔갑한 것이다.


우리는 서양의 합리주의와 미국의 실용주의 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고 우리의 근대화 목표를 서양적으로 기획하고 지금까지 국력을 기울여 선진화를 추구해왔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양 선진국을 그들 국가의 국내 정치, 사회의 면면만을 보면 가히 찬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 합리적 경제 운용, 사회적 문제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해결 등등을 보면 과연 그들 국가가 왜 선진국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들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취하는 태도를 보면 평가는 확연히 달라진다. 3,000여 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9.11테러는 참으로 천인공노할 만행이지만, 이에 대한 보복으로 그보다 몇 십 배가 넘는 ‘남의 나라 국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전쟁을 당당히 수행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부시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 미국인의 80~~90%가 부시의 정책을 지지했다. 그런데 테러와의 전쟁 효과가 지리멸렬한 지금 부시에 대한 지지는 30%대이고, 이라크가 테러와의 전쟁의 중심이라는 부시의 중심이라는 데에 대해서는 53%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절반이 넘는 미국인이 이라크 전쟁이 부적절한 것 내지는 부당한 것이라는 견해를 보인 것이다. 이런 변화를 볼 때 대외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미국과 미국인들은 합리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고 선진적이라 할 수 없는 옹졸한 변덕쟁이나 욕심 많은 골목대장 수준이라 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와 상관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벽에 걸려있는 한반도 지도 모양처럼 우리는 시한폭탄을 머리에 이고 있는 형국이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보듯 어느 순간 미국과 미국인의 결단과 지지에 의해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우리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9·11 5주년에 대한 소회는 착잡하기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