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20번째를 맞으며
2009년도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을 접어 들 때마다 세월이 빠름을 실감하게 됩니다.
저는 어제 12월1일을 뜻 깊은 날로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우리 관세청 조직에서 6급 승진이 가장 어려운 단계인데 청·차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의 노력으로 6급 정원을 확대하여 180명에 가까운 직원이 승진의 기쁨을 갖게 하였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이렇게 많은 인원이 동시에 승진하기에는 관세청 개청이래 처음 있는 일이며, 그 가운데 상당수를 장기재직자에 대한 특별승진으로 부여하여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우리 세관에서도 정년을 2년여 앞두신 선배님께서 승진하게 되어 저 뿐만 아니라 전 직원과 함께 다시 한번 축하하여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주사(主事)라는 직급은 공무원에 어떤 방법으로 임용되었건 한 단계 승진하여야 만 올라 갈 수 있는 실무자로서는 유일한 직급입니다. 또한 업무적으로는 숙련된 경험과 전문가적 실력을 겸비하여 조직운영상 상사와 하급직원을 조정․통제하는 허리 역할의 중요한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 7월2일 이곳에 부임하였으니 오늘이 만 5개월이 되었군요. 우리는 조직생활을 하면서 전보인사 등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많은 상사를 만나게 됩니다. 이런 만남과 인간관계는 조직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특히 공무원 조직에서 최고 관리자인 기관장이나 국·과·계(팀) 단위의 관리자는 그 조직의 분위기와 업무의 역량 등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해당합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 많은 상사분들을 모셔 보았습니다. 이런 만남에서 그 구성원들이 어떻게 업무처리 방법과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친밀도가 달라지고, 업무를 떠나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가느냐에 따라 친소관계는 오래 지속되기도 하거나 발령에 의해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 오래도록 함께 근무하고 싶은 인격적으로 존경스러운 분,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멀고 엄격하신 분, 마냥 편하게 만사 OK로 아량을 베풀어 주시는 분, 사소한 것까지 세밀히 챙기시는 꼼꼼한 분 등 각양각색의 상사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함께 근무했던 많은 분들의 장점과 강점에 대한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고 자 하였습니다. 내가 그 때 그 자리에서 그 일을 하게 된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처신하며, 조직을 운영하고 떠날 때에는 어떤 모습으로 평가받을 것인가를 늘 생각하게 되었지요.
더구나 처음 세관장이란 자리에 부임하면서 어찌 두려움과 떨리는 마음이 어찌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함께 인연을 맺은 동료들에게 뭔가 남 다른 의미를 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이었습니다. 그 일환으로서 매주 수요일 아침 직원과 대화시간에 시작한 아침편지였습니다. 일상의 업무에서 접하는 문제나 사회 현상의 이슈, 더 나아가 공직자로서 소양 등에 대한 글들이 대부분입니다.
그것은 결코 제가 우리 직원들보다 학식이 풍부하거나 능력이 출중해서도 아닙니다. 다만 그간 제가 조직생활을 하는 동안 경험과 깨달았던 가치(?)에 대한 글들입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굳어지기 쉬운 감성을 터치하여, 잠시나마 열린 마음으로 각자의 내면세계를 되돌아보며 함께 소통의 시간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뜻으로 7월15일 첫 시작하여 벌써 20번째 편지를 맞게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매주 수요 아침을 어김없이 지킬 수 있었으며, 부족한 사람이 매주 한 두 페이지의 글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스스로 한 약속이기에 비록 어렵고 힘들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고 단 한 줄의 격언을 인용할 지라도 계속 지켜나가고자 합니다. 그 동안 보잘 것 없는 글에도 답장 등 공감을 표시해 주신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09년 12월 2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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