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
내일은 다섯 번째 맞는 6.2지방선거일로 임시공휴일이니 오늘은 화요 아침편지가 되는 군요. 지난주 토요일인 29일 오후에 아파트 우편함에 선거안내문과 공보물이 꽂혀 있었습니다. 두터운 봉투속의 내용물만큼 이번 선거는 유사 이래 1인 8표제로 4장씩 두 차례에 기표해야 한다고 합니다.
나는 평소에 세상물정에 어둡고 정치에 무관심인 딸 아이의 이해를 돕고, 나 역시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기 위해 A4용지에 횡으로 표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경우 교육감, 교육의원, 광역의원(시), 기초의원(구), 광역단체장(시장), 기초단체장(구청장), 비례대표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등 8개 분야에 적게는 3명, 많게는 6~8명의 출마자들의 홍보물 30여장을 투표대상, 정당별 후보자 등을 정리하여 표로 작성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다음날 저녁시간에 딸 아이에게 일목요연하게 작성한 일람표와 홍보물과 모 일간지의 오피니언 글 가운데 “우리나라 제1당 당원들에게”란 글이 공감되어 스크랩한 것을 함께 보여 주었는데, 그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50%이상의 지분을 가진 정당이 ‘무관심당’이라 하며, 한 사람의 투표 참여여부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당장 크게 나아지지는 않지만 우리가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 있다는 것입니다.
첫째는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데,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은 투표하지 않는 당신을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투표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든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속성이라고 합니다. 그 예로 동네마다 경로당이 있는데 청년들을 위한 공간은 없을까요? 미국의 대학생들이 따질 것이 있어 국회위원을 찾아 갔는데, 그 위원이 ‘투표도 하지 않는 당신들의 얘기를 내가 들어야 할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미국 의원이 솔직하게 얘기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무시당하지 않고, 내 욕구와 내 목소리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정치를 혐오하면서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그토록 싫어하는 정치인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투표를 하면 선거의 변수가 생기니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은 당신이 투표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당신이 투표를 해서 그토록 혐오스러운 정치인의 뒤통수를 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모르게 썩고 무능한 정치인을 도와주는 셈이 됩니다.
셋째는 투표를 하면 당신의 삶에 작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거홍보물을 보면 그래도 당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하는 후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후보를 찾아보고 그 사람이 당선되면 e메일이라도 보내서 ‘약속 안 지키면 다음 선거에 재미없다’고 하세요. 그러면 아마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공약이라도 지킬 것이라는 겁니다.
끝으로, 이번 선거로 정치가 확 바뀔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세요. 당신이 평소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상, 정치는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투표하러 가는 것이 큰 변화를 위한 작은 시작이 될 것입니다. 어차피 정치는 한 번에 바뀌지 않고, 당신의 무관심도 한꺼번에 깨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라는 글(변호사 하승수) 이었습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낮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도 예년 지방선거의 경우 5~60%대의 낮은 투표율을 보이면서도 우리는 너무 쉽게 정치인들의 잘못만을 탓합니다.
우리는 민주시민으로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직 간접적으로 다수결에 의한 선택의 기회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많은 비용으로 치러지는 투표는 보다 나은 건강하고 발전된 사회를 지향하는 민주적 절차의 출발입니다. 혹자는 기권도 하나의 의사표현 방법이라고 합리화하려 할지 모릅니다.
각 후보자의 공약의 적절성과 실현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 그가 살아 온 인생여정을 살펴보면 최선의 적임자가 아니더라도 차선의 후보는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는 모두가 흔쾌히 승복하여야 하며, 위임받은 일꾼이 재임기간 동안 잘 이끌어 가도록 협력해야 합니다. 또한 재임기간의 공과(功過)에 대해서도 투표로 표현하는 것이 성숙한 민주시민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생전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되는 딸 아이는 판단할 능력과 식견이 부족하더라도 투표, 그 자체에 기대감에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내일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가까운 곳으로 등산을 갈 예정입니다. 집으로 귀가하는 저녁시간이면 출구조사와 개표결과에 따라 많은 후보들과 지지자들이 함께 울고 웃을 것입니다. 나 한사람의 소중한 한 표가 한 표가 모여서 위대한 힘의 결집으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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