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생각나는 詩
해마다 7월에 접어들면 학창시절에 즐겨 암송했던 이육사(1904~1944, 본명 이원록, 경북 안동, 독립운동가, 시인)님의 “청포도(靑葡萄)”란 시가 생각납니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알알이 들어 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라는 시이요.
잘 아시겠지만 이 시는 얼핏 보면 아름다운 계절을 노래한 서정시 같지만 일제 강점기에 빼앗긴 조국의 광복을 염원하던 시인의 마음이 절절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민족의 양심을 지키며 독립운동으로 항거하다가 대구교도소에서 수감번호 264번을 아호(李陸史)로 지은 일화는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오늘이 비록 양력 7월7일이지만 음력 7월7일(칠석날) 견우직녀 이야기가 생각나 문병란 시인이 1976년도에 발표한 「직녀에게」란 시를 아침편지로 소개합니다. 이 시의 일부는 오래전 대중가수 조관우와 김원중이 불렀던 애절한 노랫말이기도 합니다.
소를 모는 목동인 견우(牽牛)와 옷감을 짜는 직녀(織女)가 서로 너무 사랑한 결과, 옥황상제의 미움을 받아 은하수 양쪽 편에 견우별과 직녀별로 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두 별이 가장 가까워지는 칠월칠석날에 까마귀들이 오작교(烏鵲橋)라는 다리를 놓아 이 둘이 해후하게 된다는 고대중국의 설화입니다.
동양권 시인들에게 시적대상이 되어 온 이 설화를 문병란 시인께서는 연인이나, 군주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 문제 등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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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에게
文炳蘭(1935~ 전남 화순, 조선대 명예교수)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 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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