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9월의 첫날, 수요일 아침입니다. 저는 지난주 목요일(8.26) 목포에서 개최된 권역내세관장 회의를 마치고, 다음날 개청기념 행사에 참석차 올라가던 중 유성IC를 약 2km 앞둔 지점에서 예기치 않는 교통사고를 접했습니다. 바로 몇 분 전에 빗길에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들이 박고 멈춰 있는 승용차를 피해 2차선으로 핸들을 꺾어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제 차는 왼쪽으로 반 바뀌 돌면서 중앙분리대에 충돌하는 사고였습니다. 순식간에 발생한 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차는 크게 파손되었지만 다행히 신체에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고 사태를 잘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뜻밖의 사건과 사고로 긴장하고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 보면 그런 일들을 통해 우리를 더욱 겸손하게 변화시키고, 내면을 성숙시키는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합니다. ‘우리에게 능히 감당할 만한 고통을 준 다고 하였으며,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니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律例)들을 배우게 되었다.’는 성경 구절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살아 있음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1. 살다 보면 우리는 예기치 못한 일로 인해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띠게 될 때가 있습니다.
또는 아주 가슴 아픈 일로 인해 가슴이 시려 오는 때도 있으며,
주변의 따뜻한 인정으로 인해 가슴이 훈훈해지는 때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우리가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기 때문에 기쁘고, 살아 있기 때문에 절망스럽기도 하며,
살아 있기 때문에 햇살이 비치는
나뭇잎의 섬세한 잎맥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삶이 단조롭고 건조할 때는
무엇보다도 먼저 내가 살아 있음을 느껴 보십시오.
그래서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는 얼마나 살 만한 것인지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
2. 두 아들을 둔 할머니가 있었는데,
큰 아들은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자였고,
작은 아들은 겨우 생계를 꾸려 가는 궁색한 살림이었습니다.
잘 사는 큰 아들은 매일 고기 음식을 대접하고,
철따라 좋은 옷을 해드렸지만 할머니는 작은 아들 집에 더 자주 갔습니다.
“어머니, 가난한 동생네 집에 왜 자꾸만 가세요? 대접하는 음식이나
옷이 저희만 못할 텐데요. 그러니 이곳에 오래 머물러 계세요.”
하지만 할머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작은 아들 집으로 갈 길을 챙기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네가 모르는 소리란다. 좋은 음식이나 옷은 없지만
네 동생은 밤마다 내 등을 긁어 준 다음에야 제 방으로 건너 간 단다.”
3. 한 마을 공터에서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가난한 농부 부부도 그곳에 참석해 영화를 보았는데,
그 내용은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생긴 고아들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나자 그 부부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처지가 처지인지라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가난한 농부야. 우리 같은 농부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 영화 장면들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결국엔 가지고 있던 농장의 일부를 팔아 한국에까지 가서
여덟 명이 혼혈 고아들을 양자로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그 부부는 1만6천명의 전쟁고아들을
각 가정에 맺어 주는 큰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농부가 바로
유명한 ‘홀트 양자회’의 설립자인 헤리 홀트(Harry Holt) 씨입니다.
4. 사람은 살아가면서 숱한 일과 숱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혼자서 살 수 없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기에
우리는 그럴 때마다 나름대로의 판단으로 처신하고
곧 뒤돌아서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과연 내가 올바르게 처신하였던가?
혹 나 때문에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을까?
그런 의문이 우리 가슴속으로 비집고 들어와 어느 때는 흐뭇함으로,
또 어느 때는 후회스러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우리가 늘 그런 의문을 품고 산다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흐뭇함은 더욱 많아 질 것입니다.
삶의 향기, 사람이 살아가면서 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향기,
아름답고 훈훈한 인간미 넘치는 그 향기가
우리 주변에 넘쳐 나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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