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처는 사랑과 용서만이 치유 받을 수 있다
- 공지영의 소설『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 -
10여년전 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소위 이문동 2인조 강도사건 두 여자를 죽이고 17세 딸을 강간살해 사건을 작가가 구치소와 교도관, 검사, 재소자, 모니카 수녀 등 실존인물과 현지 취재과정을 통하여 전해 들은 것들을 형상화하여 우리사회의 아픈 단면을 남녀의 고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감동적인 소설이다.
소설속의 문유정은 서른 살의 유학파 미대교수로 겉으로는 아주 화려하고 부족함이 없는 듯 보이지만, 어린 시절에 겪었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가족들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해 냉소적인 삶을 살아가며, 여러 번 자살기도를 했던 쓰라린 아픔으로 엄마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내놓은 문제아, 스스로 꼴통으로 취급받는다.
한사람의 주인공인 정윤수는 어린시절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술 취한 아버지의 폭력을 못 견디며, 가출과 고아원을 전전하며 세상의 밑바닥으로만 떠돌다가 세 명의 여자를 살해한 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생활중인 인물로 등장한다.
또한, 30년간 재소자의 교정위원으로 일해 온 유정의 고모인 모니카 수녀를 통하여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처음의 만남에서부터 마치 자신을 보는 듯 닮아 있는 서로의 모습을 알아보며, 두 사람은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고 서로의 모습을 통해 자기 안의 어두운 방을 비로소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애써 외면해왔던 어둠의 밑바닥을 정면에서 응시하는 시간은 때로는 아프고 잔인하게, 때로는 슬프도록 아름답게,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 갔다. 그 일년간의 시간은 겉으로는 그저 무심하게,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또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는 시간이지만, 두 사람에게는 사는 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생생하게 살아 있는 시간으로 자리한다.
생애 처음 자신의 말에 온몸으로 귀를 기울여주고, 가장 따스한 눈빛을 보내주고,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주었던 만남을 가져본 두 사람에게는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통과한 후의 삶은 이제 더 이상 그전과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비로소 흉터투성이 생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듯, 고된 성장의 의례를 치른 듯,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자기 앞의 생과 사람들을 마주 보고 그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소설에서 또 하나의 큰 축으로 자리하는 사형수 윤수가 자신의 성장과정과 사형집행전 유정을 만나 느꼈던 사랑의 감정까지 기록한 블루노트를 유품으로 전하는 감동과 그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일종의 사회고발 같은 메시지다.
냉혹한 세상에 던져진 윤수와 은수 형제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로 인해 상처받은 짐승처럼 세상을 향해 울부짖기만 했던 젊은 청년, 죽음이야 말로 삶의 완성이라며 어서 죽여 달라고 세상을 조롱하던 그도 이 생애 마지막 순간에 진정한 만남과 완벽한 영혼의 교감을 이루어내고, 비로소 모니카 수녀와 유정을 통하여 사랑을 깨닫고 자신이 누군가를 위해 뭔가 필요를 줄 수 있는 사랑의 마음으로 안구를 기증하기에 이르렀으며, 결국 죽음 앞에서 “신부님, 살려주세요, 무서워요 애국가를 불렀는데도 무서워요“ 참회와 용서에 다가가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과정이 눈시울을 뜨거워지게 한다.
작가는 후기에서 윤수로 대표되는 여러 사형수들을 만나는 과정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따뜻했다고 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최고의 형벌 앞에 선 그들이 오히려 천국에 가까이 다가간 듯 보이고, 어떠한 진리에 근접해 있는 듯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과 악, 죄와 벌, 진정한 인간의 조건에 대한 진지한 질문들을 갖게 해주었으며 몇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첫째는, 마음의 상처는 치유하고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아니스트였던 엄마, 세명의 오빠를 검사, 의사, 교수를 둔 유복한 가정 강남에서 성장한 유정이가 열 다섯살의 나이에 결혼한 사촌오빠에게 빼앗긴 순결은 죽음과 견줄만한 아픈 상처였을 것이다. 이 사실을 숨김없이 엄마에게 털어 놓았는데 엄마는 첫마디가 “계집애가 남자 앞에서 쫄랑거리고 다니 더니...., 조용히 해 이년아, 남들 알까보다” 자신의 딸을 오히려 나무라던 엄마를 보고 같은 민감한 사춘기시절 여자로서 신뢰감이 무너진 유정이는 그 이후 15년 동안 엄마와 가족들에 대한 미움과 증오심으로 갈등하며 자살에 이르고, 온전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남자를 미워하고 어두운 청년기를 보낼 수 밖어 없었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둘째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이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간다.
어릴적 경제적 어려움과 아버지의 폭력과 고아원 등을 전전하며 망가진 불우한 시절을 보낸 윤수는 나이 스물일곱이 먹도록 가족과 사회의 사랑 한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한 사람이다.
통계에 따르면 자칫 잘못으로 교도소에 들어가면 재범 확률이 훨씬 높고 올바른 교정보다는 더 크고 잔혹한 범죄기술만 배워 나온 다는 것이다. 특히 소년원 등 청소년기에 전과를 가지게 되면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에 동참하지 못하고 사회의 이단아로서 일생을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시각에는 많이 가지고 소위 잘 먹고 잘사는 자에 대한 그들의 분노와 적대감이 이유 없이 모두 그냥 다 죽이고 싶었다는 고백처럼 이런 사회의 소외층을 최소화 하려면 가정이 바로 서야 한다.
셋째는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최근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주장하여 공론화되고 있는 사형제 폐지론에 대하여도 생각해 주었다. 동서고금을 수천 수백년 동안 시행해 오던 사형제도도 고귀한 인간생명의 존중과 천부인권 문제로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사형제를 폐지하고 존속된 나라는 소수국가에 불과 하다는 것이다.
성경에 간음한 여자를 돌로 쳐 죽일 것 같은 기세등등한 군중을 향해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사람은 그 여자를 돌로 치라”고 하신 예수의 말씀에 모두 들었던 돌을 슬며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수없이 많은 죄를 짓고 살아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신스스로의 양심에 저촉되는 위선과 실행 법률에 위반되는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죄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렇기에 사형제도는 인간이 만든 가장 모순된 제도다.
살인현장을 목격한 피해자의 가족이나 주위 사람은 사형제도를 주장하고, 사형집행을 목격하는 사람들은 사형제도의 폐지하여야 한다는 책속의 글처럼 양론이 있을 수 있지만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생명을 인간이 만든 제도로 인하여 인위적으로 단절시킨다는 것은 너무 잔혹한 행위인 것이다.
다만 그들에게도 국가가 교정행정의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제도를 통하여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고귀함을 일깨우도록 깊은 반성과 회개의 시간을 갖고 용서를 구하며, 우리 사회는 서로를 인정하며 자족함으로 살아갈 때 범죄를 최소화하고 아름답고 훈훈한 인간 세상을 이룩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난 13일 금요일 밤 늦은 시간에 아내와 함께 이 영화를 관람하였다. 소설속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에 대한 고발적인 내용들은 모두 다뤄지지 못했지만 구치소내의 수감자들의 생활모습과 낙후된 환경 등은 법무부의 양해하에 현장촬영을 하여 실감을 더해 주었다. 유정역의 이나영과 윤수역의 강동원의 연기는 소설속의 강한 캐릭터를 부족함 없이 연기를 잘 해 주었다.
영화의 끝부분 죽음 앞에서 살고 싶고 유정이 누나 사랑한다는 윤수의 최후의 진술을 들으며 관객들은 모두 훌쩍거림을 알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의 숙영한 분위기에서 어느 50대 부부가 사형제 폐지에 적극 서명해야겠다고 한마디 건내자 모든 사람들이 동조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었다.
자녀 앞에서 부부가 싸우지 않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양육하여야 하며, 자녀들이 올바른 가치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육하여야 할 것이다. 재산과 배움의 많고 적음 자녀 교육과 별개의 문제이며, 우리 사회가 이혼 등 결손 가정을 최소화 하는 것도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는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말 한마디 상처를 주지 않도록 신중하여야 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신적 상처와 아픔이 있다면 그들 입장에서 이해하여 치유 받고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교훈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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